독서감상문 어떻게 써야 할까요

독후감을 쓰시나요.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한 내용을 많이 기억하고 계시나요. 저는 나쁜 기억력으로 몇 달 지나면 어렴풋해집니다. 뭐라도 적어놔야 기억이 나지요. 독후감이나 서평이라고 하면 굉장히 형식적이고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잘 써지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 숙제나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서는 심혈을 기울여 써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최대한 자유롭게 쓰는 것이 훨씬 개성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이겠지요. 블로그 글쓰기도 어찌 보면 공식적인 글이라 머리가 딱딱해질 수 있지만, 습관 만들기를 위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일단 독후감을 어떤 용도로 쓰느냐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제 나름의 좋았던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드립니다.
오래 기억하기 위한 독후감
1. 메모와 그림(도식)
좋은 책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쓴다면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네요. 기억하기 위해 좋은 방법이 뭘까요.
맥락과 동기입니다. 내가 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지. 연인과 이별해서, 사랑이 어려워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누가 추천해줘서,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동기가 있었을 겁니다. 어떤 상태에서 그 책을 읽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메모를 합니다. 그림도 그립니다. 그림이라고 해서 대단한 게 아니고 동그라미, 화살표, 구름, 삼각형 뭐 이런 수준입니다.
2. 지저분하게 읽기
그리고 책을 음미하며 읽고 한쪽 구석에 던져놓고 생각을 하겠지요. 그러다 생각이 잘 안 나는 부분은 다시 펼쳐서 읽어봅니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체크가 되어있을 거예요. 표시를 안 하셨다고요? 그러면 안 됩니다. 빌린 책이 아니라면 최대한 책은 지저분하게 읽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필로 줄을 긋고 테이프로 표시해두고요. 메모한 다이어리는 가끔 펼쳐보면서 힐끗 쳐다보세요. 내가 쓴 단어, 문장과 그림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생각도 확장이 될 겁니다.
글쓰기 연습을 위한 독후감
이건 조금 더 진지하고 분석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소한 세 번은 읽어야 합니다.
1. 편하게 첫 번째 읽기
먼저 자유로운 자세로 한 번에 쭉 읽은 다음 내용을 파악합니다. 생각보다 재미없었다면 그 이유도 생각해봅니다. 너무 장황해서, 묘사가 너무 길어서, 너무 뻔해서. 이유가 있을 겁니다.
2. 안 편하게 두 번째 읽고 편하게 쓰기
그리고 다시 읽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다시 읽어도 재미없지만, 다시 읽어서 새로운 재미가 느껴지는 글이 있습니다. 읽을 때 나의 상태에 따라 글에 대한 반응도 다를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유익했다면 이제 그 책에 대해 글을 씁니다. 글을 꼭 써야 합니다. 글을 써야 나의 생각이 어떤지 스스로 알 수 있게 되니까요. 침묵하면 내 생각이 어떤지 나 자신조차 모르게 됩니다. 그리고 글쓰기 능력은 글쓰기 관련 책을 본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 글을 써야 나아진다는 진리가 있잖아요. 주인공의 성격, 그의 경험,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떠오르며 최대한 자유롭고 편안하게 써 내려갑니다. 그리고 일단 묵혀둡니다. 그러면 계속해서 생각이 나지요.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냥 생각이 흐르는 대로 놔둡니다.
3. 불편하게 세 번째 읽고 쓰기
그다음날 한 번 더 읽습니다. 그러면 이제 내용보다는 작가의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글 또는 소설을 썼는지가 보입니다. 어떤 호흡으로, 어떤 것을 부각하며, 어떤 것을 생략했는지, 그 생략이 의도적이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보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작가가 아주 똑똑하다고 아니면 현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것들을 모두 글로 써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가능한 한 짧게 인용도 해봅니다.
4. 내 글 내가 읽기
그런 다음 내가 쓴 글을 읽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나는 어떤 주제를 좋아하고 어떤 형식의 글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나에 대해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알게 됩니다.
정말 푹 빠져버리고 매력적으로 느낀 글은 필사의 과정을 통해 마음에 깊이 새겨질 겁니다. 책 전체를 필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 특별히 눈이 가는 부분을 합니다. 필사를 통해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방법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잘 쓰인 책이란 걸 전제하고요. 다이어리에 적거나 독자가 있는 독후감을 쓰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게 작업을 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자가 있는 독후감, 그러나 나만의 방법으로
학교 과제 제출 등 외부적인 목적을 위해 독후감 쓰는 법, 독후감 형식을 다룬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체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책의 내용과 느낀점입니다. 형식이 어떠해야한다는 것도 있지만, 독후감도 글이고, 글은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느끼지 못한 것을 쓰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이죠. 그렇다고 책의 내용과 아주 거리가 먼 느낌을 써선 안 되겠지만 너무 많이 그 책의 내용에 한정해서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이라고 국내 단편들을 모은 시리즈 책이 있습니다. 단편 뒤에 황석영 작가의 생각이 덧붙여져 있는 글이 있는데요. 그중에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일고 작가가 쓴 글의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모든 전위는 불온하다. 그야말로 '말 안 들어먹게 생긴' 녀석들의 놀이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허리띠 느슨히 풀고 배꼽 까고 나오기 때문에 정색을 하고 대드는 것도 아니어서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의 판은 거의가 난장판이기 마련이라 예복은커녕 정장 차림으로로도 조롱당하기 십상이다...(생략). 돌연변이 같은 작업들은 합리성으로부터의 해방을 성취시켜주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성의 심한 규제력에 대해서나 기존의 문화적 관습이 정해놓은 온갖 성가신 요구사항에 대해서 반항한다.
첫 문장과 첫 단락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주인공이 2년 반 동안 고시원에 살았던 시기에 겪었던 이야기를 다룹니다. 황석영은 박민규의 도발적이고 개성 있는 소설을 읽으며 이런 작가의 전위적이고 비현실적인 글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 자기 생각을 가장 먼저 씁니다. 황석영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갑을고시원 체류기의 주인공을 옆에서 혹은 뒤에서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경험을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에 대한 애정과 주인공에 대한 연민과 동감이 깊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박민규의 다른 단편 카스테라를 함께 교차시키면서 "모든 세계가 결정되어버려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젊은이의 소외와 고독을 '나'의 우스갯소리로 들려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독후감 쓰는 순서와 독후감 양식이 추천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글을 세심하게 읽는 건 기본이지만, 모든 장면과 인물, 줄거리를 자세히 쓰는 것보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 무엇이고, 그 질문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또한, 독후감 쓰는 순서를 지키기보다 그 글의 어떤 특정한 부분만을 놓고 확장해서 생각해보고 그 생각을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것, 즉, 나만의 순서로 글을 쓰는 것이, 개성 있고 또 재미있는 독후감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흔한 건 재미가 없고, 또 재미가 있어야 누군가가 읽어주겠지요.
같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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