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어울리는
이승윤 노래는 뭐라 한 가지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때론 개구지고 때론 섹시하고 때론 진지하고 때론 거칠고 때론 한없이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참 다양합니다. 때론 애달프고 때론 유리처럼 투명하고 깨어질 듯하다 북을 두드리듯 묵직하게 심장을 울리는 소리. 그 알 수 없는 다양함이 신기하게도 모두 그와 잘 어울립니다.
그가 아끼는 노래라 했지요. 바로 이 '달이 참 예쁘다고'라는 노래. 이 노래를 들으며 그 다양함은 모두 이 하나로 수렴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죠. 그가 세상을 사랑하는 진지한 태도에 무한히 애정을 퍼붓고 싶습니다.
달이 참 예쁘다고 -이승윤
밤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움큼 집어 들래
방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닿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분짜리 노래를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다른 세상에 나온 그가 눈물을 흘렸던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세상은 충분히 잔혹하고 아름답지 않으니 말이죠.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줄' 사람은,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주고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줄 사람은 잔혹한 세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습관처럼 하는 그의 농담 속에는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그의 유쾌함은 오래도록 외로움과 상처를 견디어 오고 오래도록 세상을 고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힘인 것 같습니다. 그가 이토록 반가운 이유는 그처럼 살기를 모두 꿈꿔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거침없이 나아가기를, 또 가슴에 품은 어린 왕자를 언제까지나 잃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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