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중국 철학

중세 중국의 철학

중국 유교와 노장사상, 불교

중세의 특징 중 하나는 신성로마제국, 중국의 진한제국,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와 같은 제국의 등장입니다. 제국들은 확장된 영토의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통치이데올로기로써 국교가 나타났지요. 기독교가 국교로 정해진 후엔 다른 종교는 이단으로 규정되었습니다. 강력한 권위를 얻게 된 종교에 철학이 복속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철학자들이 교황과 같은 최고의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중국은 어땠을까요.

중국은 기원전 403년부터 진이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가 그 혼란한 전국시대였지요. 전국7웅이라는 제후국이 각기 세력 다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권력자들은 지식인이 필요했고, 그럴수록 지식인들의 지위가 높아져 학문이 중흥기를 이루게 되었죠. 아테네 소피스트가 인기를 누렸던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천하통일을 주도할 사상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시기였기 때문에 평등사회를 이루며 살자는 묵가사상이나, 개인의 자유와 무위를 강조한 도가 사상은 지배 이데올로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철저한 법에 의한 법가나 교육과 문화를 강조한 유가가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죠. 예컨대 상앙의 변법이라고 있습니다. 위나라 출신의 상앙이 진의 효공에게 채용된 후 통일을 위한 기반을 닦았는데요, 상앙이 주장한 변법은 법가를 강조하는 제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상벌을 강화하는 정책은 법가사상에서 가장 중요했습니다.

통일 이후엔 군주의 권력을 강조하는 사상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왕을 천자, 하늘의 아들이라고 하는 사상이 등장하고 천지를 초월하는 보편적 기준이라는 '대일통'사상이 주장됩니다. 민중을 지배하고 좋은 황제를 만들기 위한 이른바 제왕학이 학문의 주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향촌 사회에 사는 일반 민중에게는 현실적으로 유가 사상이 더 받아들여졌지요. 예로써 다스려지는 질서와 도덕 정치가 강조되면서 유교는 더욱 발전하게 되고, 유교가 국교화되면서 관료들이 출세를 위한 철학으로도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노자는 인위적으로 민중을 지배하는 유가와는 다르게 무위의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다음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노자의 사상은 당시의 정치와 정치가들을 향한 비판이 깔려있었습니다. 

"어렵게 얻은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말라. 재물을 귀하게 여기면 사람들은 도둑이 된다. 사람들이 욕망할 수 있음을 보게 하지 말라. 성인의 다스림은 마음을 비우고 그 내면을 튼튼하게 하라.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욕망하지 않게 하라. 무릇, 안다는 사람들은 감히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라(강요하거나 뜯어고치지 말라). -노자<도덕경>

 

 

위진시대(220~420)에는 문헌해석과 도덕정치를 강조한 유학의 권위가 상실되고 노장사상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런 경향을 3현(도덕경, 장자, 주역)의 연구를 중시한다고 해서 현학이라고 불렀고, 주로 노장사상을 근거로 해서 유가를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사상이 전개되었습니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들을 직관적이고 심미적으로 해석하는 현학의 경향은 불교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중국 후한 말에는 인도의 대승불교가 전래되고 위진남북조 시대에 전성기를 이룹니다. 동북아 철학은 서양에 비해 현실적인 면이 있어 불교 또한 현실적인 불교로 바뀌고 인도의 여러 불교 사상들이 체계화, 종합화되었습니다. 인도 불경 중 하나인 법화경을 최종 진리로 보는 것이 천태종, 화엄경을 궁극적 진리로 보는 것이 화엄종이듯이 불교의 여러 종파는 인도의 불교 사상들을 정리하고 어떤 것이 제일 중요한지 각자 위계를 부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교와 불교의 대중화에 비해 관변철학으로 몰락한 유교는 사회 변화와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합니다. 송나라 때 경제적인 변화와 인쇄술의 발전, 문화적인 대중의 갈망 등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유교는 철학적인 형이상학적 이론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 새로운 신유학이 성리학이었고 이 성리학은 성과 리를 핵심으로 도덕 철학을 전개하였습니다. 성리학은 사물의 본래 순수한 모습(성)과 조화로운 세계의 원리(리)의 개념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자연의 섭리와 도덕적 질서를 설명하려고 했습니다.